'말짱 도루묵' + 1

요우 모름

우리가 평소에 자주쓰는 말들의 어원 유래가 뭐였을지 한번쯤 궁금증을 품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 전화받을 때 하는 첫마디인 '여보세요'가 왜 여보세요인지 어원이 궁금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초등학교 선생님은 옛날에는 집전화를 하거나 오는 상대자가 대부분 남편이나 아내였기 때문에, '여보세요'를 쓰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었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여기 + 보다 = 여기보오, 여기보세요' 에서 유래되어 변천되어진 것이라고 해요.


이번엔 이처럼 우리가 평소 쓰는 말들이지만 정확히 잘 알지 못했던 말들의 재미있는 어원과 유래를 한번 소개해보려고 해요.(말들의 어원 유래는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라서 때로는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건달 멜로건달이라는 거여?! 아줌마라는 거여?!

1. 건달

난봉꾼이나 불량한, 폭력한 등 나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건달은 불가에서 음악을 맡아보는 신인 '간다르바'의 중국어 표기인 '건달바(乾闥婆)'에서 유래된 것으로, 건달바는 향을 먹고살며 노래만 즐기며 노니는 신이라고 해요.


2. 수리수리마수리

마술의 장난스러운 주문으로 우리가 많이 쓰는 수리수리마수리는 불교 경전인 천수경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라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래의 의미는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지극한 길상존이시여 원만성취하소서' 라는 경건한 의미라고 해요.


3. 아줌마

본래는 친족의 여성을 친숙하게 부르는 말로서 쓰였지만, 오늘날 아줌마는 일반 여성 혹은, 부인네를 지칭하는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어휘가 되었는데요.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담아 억척스럽고 강한 여성이라는 의미로도 자주 사용되고 있죠.


총각김치 알타리김치[동원 양반 총각김치]

4. 총각김치

여러분이 가장 많이 들어보았을 이야기는 총각의 거기(?)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민간어원설이지 않나 싶어요. 사실 총각김치의 '총각'은 장가를 가기전 옛 남자아이들의 떠꺼머리(머리카락을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머리모양)를 뜻한답니다.


5. 아수라장

혼돈이나 혼란에 빠진 상태나 현장을 뜻하는 아수라장은, 불교에서 대표적인 선신인 제석천과 악신인 아수라간의 싸움터를 말한다고 해요.

멜로 학학이라고 다 새는 아닙니다

6. 학을 떼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진땀을 빼고 나면 우리는 학을 떼다라고 하는데요. 여기에서의 학은 새가 아니라, 학질(말라리아)병을 뜻하는 것으로 이 무섭고 고통스러운 학질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라는 의미랍니다.


7. 삼천포로 빠지다

이야기가 곁길로 빠지거나 엉뚱하게 그르칠 때 쓰는 비속어로 사천시 주민분들은 지역차별적인 발언으로 여긴다고해요. '삼천포로 빠진다'의 민간어원설을 살펴보면 기차탈 때의 실수와 관련되어 있는데요.


진해 해군기지가 생긴 뒤 휴가 후 귀대 중에 삼랑진에서 기차를 잘못타 삼천포로 가는 실수가 많아서 생겼다는 이야기와, 부산에서 진주로 갈 때 개양역에서 진주행과 삼천포행이 분리되는데 진주를 가는 사람이 졸거나 해서 삼천포로 잘못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생겼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답니다.


8. 을씨년스럽다

날씨나 분위기가 스산하고 쓸쓸할 데 쓰는 말인데요. 슬픈 우리의 역사적인 어원을 갖고 있는 말이랍니다. 을씨년스럽다의 '을씨년'은 조선의 주권을 사실상 상실하게된 을사조약이 맺어진 해, '을사년(乙巳年)'의 변형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해요.


9. 마누라

지금은 남편이 아내를 친숙하고 편하게 부르는 말이지만, 과거에는 '웃전에 대한 극존칭'의 말이였다고 해요. 그 의미의 변천에 대해선 많은 설들이 분분한데요. 대표적인 설 중 하나는 '대비마노라, 선왕마노라, 웃전마노라' 등으로도 쓰였던 궁중용어가 조선시대 말기 대중화되었다는 거랍니다.


산통산통 [가천박물관 gcmuseum.org]

10. 산통을 깨다

잘 되어가던 일이 실수나 잘못으로 그르치게 될 때 쓰는 말로, 여기에서의 산통은 두 가지 유래설이 있는데요. '산통점(算筒占)'을 볼 때 쓰는 산통이 깨져서 점을 볼 수 없게 된 상황과, '산통계(算筒契 ; 산통을 이용해서 곗돈을 받을 사람을 뽑는 계)'가 중간에  깨진 상황을 말한답니다. 산통점설이 유력하다고 해요.


11. 딴지

비판적인 의미로 평소 우리가 자주 쓰는 말(표준어x)로서, 딴지는 '딴죽'에서, 딴죽은 '딴족'에서 유래되었을 거라는 설이 있답니다. 딴족(足)은 다른 사람의 다리라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씨름이나 택견에서 상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을 딴죽걸다/딴죽치다라고 부른다고 해요. 이것이 비유적으로 변형된거죠.


도루묵 Trichodon trichodon

12. 말짱 도루묵

도루묵의 어원 유래는 학문적 설 간에도 크게 상충되는데요. 교과서와 방송에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선조가 임진왜란 피란시절 먹었던 '묵'이라는 물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은어라고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가, 나중에 다시 먹어보니 맛이 없어서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 해서 생겼다는 것 이랍니다.


이에 반해서, 도루묵을 겉보기와 맛 모두가 좋지않은 물고기인 '돌목' 에서 유래된 것으로 설도 있는데요. 문헌과 방언의 흔적을 기반으로 해서 좀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어요.(돌목->도르목->도루묵), 그물을 건져보니 쓸데없는 도루묵 뿐이었다라는 실망감을 나타내는 표현이란 거죠.


13. 야단법석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로 우리가 평소 쓰는 것과 달리, 불교의 야외 임시 법회장소를 뜻하는데요.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불법을 설파할 때 실내법당의 자리가 없어 야외에서 임시로 법회를 진행하자, 삼백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서 자리싸움을 벌였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요.


14. 이판사판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쓰는 말로 '이판승 + 사판승' 의 조합어 랍니다. 승려는 사찰을 관리하며 유지하는 일을 하는 사판승과 참선 수행을 하는 이판승으로 나뉘는데요. 조선이 숭유억불(유교 숭상, 불교 억제) 정책을 펼칠 때는 승려가 되는 것은 인생의 마지막 선택으로 여겨졌었다고 해요.


아얌 액엄[보나장신구박물관 bonamuseum.com]

15. 아양을 떤다

아양이라는 말은 옛 우리나라 여인들이 겨울철 쓰던 '아얌'(한자로는 액엄) 이라는 모자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위가 트이고 좌우에는 포근한 털이 귀를 감싸주는데, 그 끝에는 아름다운 무늬의 '아얌드림'이라는 비단댕기를 길게 늘어뜨려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고 해요.


16. 꼬드기다

속셈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부추기는 걸 우리는 흔히 꼬드기다라고 말을 하는데요. 전혀 뜻밖에도 이는 연 날리기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연줄을 꼬드기다'는 연줄을 잡아당겨서 더 높이 올라가게 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마치 남을 부추기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변하게 된거죠.


17. 찰나

한 순간을 뜻하는 말인 찰나는 고대 인도에서 사용하던 가장 작은 시간 단위를 나타내는 말인 '크사나(ksana)'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75분의 1초(0.013초)랍니다. 불교에서는 순간의 시간과 인연의 소중함을 설명하는 '찰나생멸(刹那生滅 : 찰나 속에 영원이 있고 영원 속에 찰나가 있다)'을 설명하는데 쓰인다고 해요.


가래질 헛가래질가래질 [짚풀생활사박물관 zipul.co.kr]

18. 헹가래

스포츠나 기념식에서 주인공을 축하해주기 위해 하늘로 높이 들어올리는 행동을 말하는 헹가래의 어원은 의외로 농사의 '헛가래질'에서 유래되었답니다. 헛가래질은 서로 호흡을 맞춰서 사용해야 하는 농기구인 '가래'를 미리 예행연습으로 사용해보는 것을 가리킨다고 해요.


또다른 의견으로 헹가래가 가래질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은 높지만 헛가래질이 아닌 '헤염가래'에서 변형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여기서의 헤염은 헤엄치다라는 의미와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예행연습이 아니라 가래질이라는 본래 모습 자체에 어원을 둔다는 거죠.


19. 천상천하 유아독존

평소에 본인이 최고인양 독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곤 하는데요. 사실 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본래 뜻과는 전혀 딴판이랍니다. 석가모니가 말했다는 '하늘 위나 하늘 아래 홀로 높다' 라는 속뜻은, '모든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기에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 라는 평등사상이 담겨있다고 해요.


영화 색즉시공 포스터영화 '색즉시공'

20. 색즉시공 공즉시색

영화의 영향으로 야한 상상을 하게 하지만, 색즉시공의 어원은 공즉시생과 함께 불교의 반야심경에서 유래가 되었답니다. 색(色)은 여색과 같은 성적인 욕망이 아니라 물질 전반을 아우르는 말로, '모든 사물은 공허하고, 공허한 것은 사물과 다르지 않으니 집착할 필요가 없다' 라는 건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멜로 화남 바가지를 긁다나 벌써 바가지 긁히는 건가;;

21. 바가지를 긁다

아내가 쫑알쫑알 잔소리를 쏟아내는 것을 비유적으로 바가지를 긁는다라고 하는데요. 최초의 그 어원 유래는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해요. '듣기 싫은 바가지를 긁는 소리' 로 병귀를 쫓기 위한 민간 주술행위가 비유적인 의미로 구체화된 대표적인 사례였던 거죠


22. 멍텅구리

바보같다라는 비슷한 의미로 정말 다양하게 사용되곤 하는데요. 재미있게도 멍텅구리의 어원은 불교용어도 아닌, '뚝지'라는 미련하고 아둔한 물고기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서, 바보 같고 어리석은 사람을 연상케 하지 않았을까요?


멍텅구리의 언어학적 변형에 대해선 흐리멍덩하다의 '멍덩->멍텅' 이 되고, 중을 놀리는 말인 '몽구리->구리' 가 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어원과 유래 및 언어학적인 변형사 모두 멍텅구리의 다양한 쓰임새 만큼 정확하게 딱 짚어내긴 어렵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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