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독서취향을 가진 저는 대학생 때부터 무협소설을 꽤나 많이 읽어왔었는데요. 그 특성상 무협소설은 취향을 참 많이 탈 수 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무협소설 제1권을 고를 땐, 참 많이 고민이 되죠.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제가 읽었던 수많은 무협소설 중 제 기억속에 확실히 자리잡은, 무협소설 추천작들을 장르별로 정리해서 소개해드립니다.
10. 황금백수 (나한 저, 하렘무협)
북방의 악명높은 흑랑기 부대에서 제대한 부유한 금룡연씨세가 장남이 평생 놀고먹는 '황금백수'를 꿈꾸며 가문을 위협하는 무림 세력과 부딪히는 이야기인데요.
호불호가 심한 전형적인 양판소설로 시원시원한 전개와 개성있는 히로인들과의 로맨스, 먼치킨 주인공, 유머 등 가볍게 보기에 딱 좋은 무협소설이랍니다.
황금백수는 하렘무협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정말 강력 추천하는데요. 남 부러울게 없는 엄친아 주인공의 거침없는 언행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9. 천마신교 낙양지부 (정보석 저, 마교무협)
삶의 목적을 얻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진정한 마교인으로 거듭나는 주인공의 일대기로, 성장이 느리지만,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치밀한 전개가 매력적이랍니다.
무협소설에서 마교는 주로 악으로 등장하지만, 참으로 매력적인 존재이기도 한데요. 마교 무공에 대한 섬세하면서 깊이있는 해석이 인상 깊었어요.(판타지적인 요소도)
천마신교 낙양지부는 마교무협소설 중에서 수작으로 추천할 만한데요. 권수만큼 스케일도 어마어마한데, 용두사미의 결말로 한번 난리가 난 후 수정이 됐었죠;
8. 풍운객잔 (주비 저, 하야무협)
원의 잔존세력과의 전쟁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명나라 적룡기마대의 대주가 전쟁터를 떠나 평범한 삶을 위해 인수한 풍운객잔을 경영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전쟁터에서는 악귀가 불렸지만 세상물정을 모르는 주인공이 객잔을 운영하는 모습이 꽤 재밌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황궁, 원나라 잔존 세력과의 엮인 인연들은 정말 흥미진진하죠.
명성을 버리는 하야무협소설 중에서도 풍운객잔의 추천할 만한 점은, 주인공의 순진무구한(?) 언행과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이야기이지 않나 싶어요.
7. 천중용문 (군주 저, 환생무협)
가문을 뛰쳐나가 대상인이 되었던 천중문의 소문주(주인공)는 지난 삶을 후회하다, 악명높은 무림고수와 우연히 얽혀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지난 삶의 후회를 씻어나가는 이야기랍니다.
한창 유행했던 환생 회귀해서, 미래를 아는 것을 무기로 성장하는 환생무협 레퍼토리의 전형이지만, 잘짜여진 세계관과 상인출신이라는 낯선 소재가 신선함을 준답니다.
천중용문은 환생무협소설의 입문작으로도 추천할 만한데요. 전생의 이야기를 길잡이로 무공비급, 영약, 고수들을 얻는 과정들은 지루할 새가 없죠.
6. 십전제 (우각 저, 형제무협)
천하제일세가의 공명정대한 소공자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배신과 암약으로 위기에 몰린 후 우연히 알게된 쌍둥이 형(주인공)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선이라기 보다는 악에 가까운 주인공은 순전히 동생을 위해서 무림을 휘젓는데요. 강렬한 어둠의 광폭행보가 흥미진진하기 그지 없었답니다. 동생바라기 형제무협소설의 극!
- 십전제 中 -
"이제부터 난 네가 될 것이다.
네 얼굴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네 눈으로 너의 적을 노려보고,
네 목소리로 너의 적을 향해 노호를 터트릴 것이다.
이제부터 넌 내가 될 것이다.
내 얼굴을 빌어 너는 살아가고,
내 눈을 빌어 너는 세상을 보고,
내 목소리를 빌어 너는 세상을 향해 포효를 할 것이다.
너를 위해 싸우마.
그로 인해 세상 전체가 피로 물든다 해도."
5. 학사검전 (최현우 저, 학사무협)
황실의 젊은 학사가 황태자의 명령으로 무공서를 정리하다가 얻은 깨달음을 무림의 고수들에게 편지로 일깨워주며 '창룡검주'라는 신비의 고수로 명성을 얻어가는데...
학사검전은 장르무협소설의 한 획을 그은 유명한 작품인데요. 무공을 전혀 모르는 평범한 학사가 무림의 고수가 된다는 설정 자체가 2003년 당시에는 참신한 시도였었죠.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부분의 우리들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짜릿함이 학사무협소설의 묘미랍니다. 답답한 일상에서 쾌감을 얻고 싶은 분에게 강력 추천해요.
4. 대남궁세가 (북미혼 저, 코믹무협)
천하제일세가 남궁세가의 시조 조화무형자가 안배한 비밀을 풀고 모든 것을 전수받은 어린 주인공은, 닥쳐올 가문과 천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림을 종횡무진하는 이야기인데요.
조금은 어설픈 설정과 스토리 전개가 있지만, 이를 무시할 수 있는 언어유희와 통쾌함이 매력적이랍니다. 톡톡튀는 개성을 지닌 엄친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대화를 보다가 절로 웃음이 났었죠.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와 통쾌한 무림행보, 지루할 새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믹무협소설의 정점으로 추천해요.
- 대남궁세가 中 -
"장인은 부모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모르느냐?"
"사위도 자식인데요."
"너 해미 내가 얼마나 귀하게 키운 줄 아느냐?"
"저 남궁세가에서 진짜 예쁨 받으면서 컸는데요."
"해미 같은 애 데려가려면 그만한 보답은 해야 할 거다."
"혼수 많이 준비하셨습니까?"
3. 천라신조 (태규 저, 편지무협)
"여자를 꼬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ㅋ "이쁘냐?" 우연히 시작된 절대 기인 8인과의 연애 편지 상담. 그것이 신조, 그 전설의 첫걸음이었다.
천라신조는 사랑을 갈구하는 별볼일 없는 주인공의 열망과 그를 편지로 돕는 기인들의 이야기가 진중하게 펼쳐지는데요. 기인들과 주인공이 언제 어떻게 만날지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 그 자체!
편지무협소설(?)이라는 참신한 시도와 작가의 필력이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스토리의 힘이 떨어지지 않는답니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기인 중 한 명이 구해 낼 때(첫 만남)의 짜릿함이 잊혀지질 않네요.
2. 빙공의 대가 (일성 저, 황궁무협)
고아출신으로 스스로 거세를 하고 환관이 된 후, 타고난 야망과 집요함으로 황실의 무림말살 부대원으로서, 갖은 고초을 이겨내고 황실과 무림을 제패하는 이야기인데요. 무림은 그저 권력의 도구일 뿐..
무협소설에서 들러리 역할만 하던 황실이 무림을 지배하려고 한다?! 그 자체로도 신선하지만, 치열한 황실의 암중모략과 무림을 지배해가는 과정들은 도저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답니다.
결코 선하지 않은 야심만만한 주인공이지만, 때론 순수하게 감정적이기도 한.. 나쁜 남자 매력의 끝을 보여주죠. 정치/사극적인 요소도 훌륭히 풀어낸 빙공의 대가를 황궁무협의 걸작으로 강력 추천해요.
1. 사조영웅전 (김용 저, 정통무협)
몽고제국이 태동하는 시대를 무대로 펼쳐지는 우직한 바른생활 소년과 천진난만 짓궂은 소녀의 귀여운 사랑 이야기인데요. 칭기즈칸 등 역사인물과 얽히는 이야기로 역사대하소설로서도 인정받고 있죠.
영웅문의 제1부(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로 더욱 유명한데요. 재능도 없고 착하기만 한 남주인공이 영웅이 되고 사랑을 얻어가는 과정은, 삼국지를 읽는 듯한 진중함과 드라마를 보는 듯한 애틋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답니다.
중화권에서는 삼국지 못지 않게 유명한 정통무협소설로 드라마로도 많이 나오는데요. 소설도 재밌지만, 이지청 작화의 전 38권 만화로 보는걸 더 추천해요. 황용(여주인공)이 정말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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