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라는 몽골말을 혹시 들어본적 있으신가요? '안다(анд)' 는 몽골어로 친구 그 이상의 존재를 말하는데 의(義)형제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단순한 친구라는 의미를 넘어선 보다 경건한 뜻을 담고 있는 말이랍니다. 이번엔 세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안다'를 소개할려고 합니다. 가장 위대했던 정복자 칭기즈칸의 안다 자무카 입니다. 세계 역사에서 위대했던 제국이라고 기억되는 이름은 많지 않죠.

 

페르시아 제국, 알렉산더 제국, 로마 제국, 이슬람 제국.. 그리고 몽골제국. 여기서도 최고가 어디냐를 꼽는다면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그 의견이 갈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지만,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문명세계 대부분을 차지했던 몽골제국, 가장 짧은시간에 가장 많은 영토를 정복한 칭기즈칸.

 

칭기즈칸의 본래 이름은 테무친인데요. 대부분의 영웅들이 그러했듯이 상당히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었답니다. 부족장이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부족에서는 쫓겨나서 극심한 가난을 경험했었죠. 이때 그의 벗이 되어 힘이되어 주었던 이가 바로 자무카 랍니다. 테무친과 자무카는 서로 몽골초원의 '푸른 하늘을 함께 달리자' 라며 유년시절 첫 안다의식과 함께 평생에 걸쳐 무려 3번에 걸쳐 안다를 맺었을 정도로 서로에게나 각별한 사이였었답니다.

 

둘의 우정의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는 테무친의 아내 보르테가 메르키트족에게 납치되었을 때, 당시만 해도 세력이 약했던 테무친을 위해서 자무카가 앞장서서 도움을 주기도 했었죠. (이때, 또 한번의 안다의식을 맺게 되고 테무친은 자무카에게 자신이 차고 있던 허리띠를 주게 됩니다.)

 

하지만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이 있을 순 없는 법! 역경을 딛고 일어선 자수성가의 테무친과 쟈다란 부족의 출신으로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던 자무카는 몽골초원을 통합해가는 과정 속에 결국 의견충돌이 생기고 맙니다. 당시, 자무카는 테무친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말치기(귀족)과 양치기(평민) 중 어느길을 갈거냐" 이는 지위와 서열을 중시했던 자무카와 능력을 가장 중요시 여겼던 테무친의 차이였고, 이에 따른 지지기반 세력의 차이로 연결이 되었답니다.

 

결국 테무친은 칭기즈칸(대지가 생기기 이전의 바다의 왕)으로서, 자무카는 구르칸(우주적인 왕)으로서 세번의 큰 격전을 벌이게 됩니다. 가장 유명한 전투는 단연 카라 칼지드 전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전투에서 자무카는 뛰어난 책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칭기즈칸을 현혹시키면서 엄청난 대승을 거두게 되죠. 이 때 칭기즈칸과 함게 살아 돌아간 전사가 겨우 19명에 불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올 정도랍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서로간의 몰락과 재기 끝에 결국, 최종적인 승자는 칭기즈칸이죠. 최후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고 부하들에게 배신당한 자무카를 처형함으로써 마침내 몽골초원의 유일무이한 대칸으로 즉위하게 됩니다. 이에 관련해서 흥미로운 비사들이 있는데요.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서 이미 대세가 칭기즈칸에게 기운걸 안 자무카가 반대세력을 최대한 모아서 일부러 전투에서 패배했다는 이야기인데, '몽골초원의 통일은 자신이 아니면 칭기즈칸이 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 때문이 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비사는 너무나 유명해서 숱한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다루어진 이야기랍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패배 후 부하들에게 배신당해 칭기즈칸 앞으로 끌려갔을 때의 일인데요. 이 때 자무카가 "안다여, 이들은 주인인 나를 배신한 자들이다. 이런 자들을 용서하지 않겠지?" 라고 말하자, 칭기즈칸은 당연하다는 듯이 주인을 배신한 자들은 필요 없다며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무카에게 다시 함께 안다를 맺던 그 시절로 돌아자며, 사실상의 2인자 자리까지 권유하게 되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제안을 거절하고 맙니다.

 

"천하가 이제 준비되어 있는데, 이제와 무슨 도움이 되겠나. 오히려 자네의 옷깃 아래 가시가 되고 말 것이니, 자네가 허락해주어 나를 빨리 떠나게 해준다면 마음이 편해질걸세. 다만 나를 죽일 때 피가 나오지 않게 해준다면 나의 유골이라도 높은 곳에서 영원히 자네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가호해주겠네"(원조비사)

 

칭기즈칸은 이 부탁을 받아들여 자루 속에서 목을 졸라 처형함으로써 피를 보지 않고 죽게 해주었다고 하죠. 이 때 자무카가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물건이 바로 과거 칭기즈칸의 아내 보르테를 구하고서 안다의 증표로서 주고받았던 칭기즈칸의 허리띠 였다고 합니다. 또 다른 비사에서는 이 때 위장으로 처형한 것일 뿐, 살려줬다는 설도 있다고 해요.

 

 

전쟁에서 만나더라도 언제나 서로에 대한 호칭은 '나의 안다' 라고 했다고 하며, 죽어서도 몽골 황실의 어른으로서 마지막까지 대접받았던 자무카(칭기즈칸 사후, 몽고제국의 지배자가 된 사형제의 어머니의 은인인 만큼 당연하겠죠). 둘도 없는 친구에서, 둘도 없는 적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친구로 돌아온 테무친과 자무카. 세계사에서 이처럼 치열한 라이벌 관계로 살아온 친구들이 과연 또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말로 진정 사나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우정(友情)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틸컷으로 참고된 일본영화 '푸른늑대' 2007년 .. 고아라 '쿠란'역>

 

보르테 멜로보르테 코스프레요우 칭기즈칸칭기즈칸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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